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 연대(준)
전진 공지사항 주요일정 활동보고 자료실 참여광장


 [특집] 단일정당과 연립정부론은 진보정치의 소멸 (최백순)
전진  2011-05-20 13:05:42, H : 1,136, V : 145


최백순 (진보신당 서울 당원)

불과 몇 년 전 기억을 하나 떠올려보자. 2007년 민주당 대통령후보는 누구였을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동영’이라고 답변한다. 심지어 정동영이라고 답변하는 사람들 중에는 확신에 가까운 어조도 흔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정답은 ‘이인제’다.

그렇다면 정동영은 어느 당 후보였을까. 다분히 생소한 대통합민주신당이라는 정당이다. 실제로 이 정당을 정확하게 답변하는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아니, 정동영은 왜 민주당후보가 아니었을까.


낡은 데코레이션에 대한 재구성

한국의 보수정당들은 생각보다 이합집산이 심한 편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간판 제목만 바꿔달거나, 아니면 업종만 조금 바꿔 신장개업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당연히 가게 위치도, 주인도 같은 사람이었다. 신장개업이라는 이벤트를 하기 위해 간판 제목을 바꿔달면서 일하는 사람 몇 명을 교체한 정도였다. 아니면 치킨 가게를 삼겹살 집으로 업종 변경한 정도거나.

이합집산의 시작은 열린우리당 분당에서 시작됐다. 민주당에서 분당한 열린우리당은 탄핵 역풍에 힘입어 5공화국 이후 최초로 과반수정당 자리를 거머쥐었다. 아직도 회자되는 철지난 유행어로 말하자면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정치’, 그 두 번째 버전을 출시해 낸 것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과거 보수정당과 다른 자신들만의 차별화된(?) 신자유주의를 보여주면서 급속한 레임덕에 빠진 유일한 과반수정당이 되었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노동당이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동안, 2002년 민주당을 향했던 노동자들의 계급투표(?)는 한나라당으로 방향을 틀었다. 노무현 정권은 무엇을 해도 지지율이 떨어지고 한나라당은 팔짱을 낀 채 지켜만 봐도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재집권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점점 현실화되자 탈 열린우리당 행렬은 걷잡을 수없이 꼬리를 물었다. 재밌는 것은 “보수와 진보의 극한 대립으로 국가가 분열되고 있다”는 신앙고백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어쨌거나 중요한 문제는 ‘(재) 집권’이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미래창조포럼이라는 시민세력의 정치결사체였다. 이들이 과거의 비판적 지지 흐름과 다른 행보를 보여준 것은 “시민사회세력의 최초 제도권 정당 건설 움직임”이라는 언론의 코멘트가 단적인 예다. 기존 정치권과는 다른 새로운 메시지를 주는 것처럼 보였다. 무엇보다 언론도 호의적이었고 ‘그림’이 괜찮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들의 장밋빛 미사여구는 기존 정당들과 통합함으로써 ‘수사’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2007년 대선은 미래, 창조, 중도, 개혁이거나 말거나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이름으로 치러졌다. 그리고 이 이벤트 정당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통합하는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시민세력의 이합집산과 단일정당론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보수정당들은 왜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쳤던 것일까. 복기를 해보자. 열리우리당 탈당파, 민주당 내 통합파, 한나라당 탈당파, 미래창조포럼 등이 공통으로 쓴 표현은 “국민의 마음이 떠난 정당과 정치는 희망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들이야말로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의 희망 없는 정치를 주도한 주범이었거나 관망자였다.

당시 한미FTA에 대한 입장을 보면, 찬성도 반대도 아닌 “선거 이후로 연기”한다는 것은 차라리 당연한 행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온갖 장식물로 치장하면서 이합집산을 통해 철지난 유행어인 ‘감동의 정치’를 또 다시 시도했던 것이다. 어떤 수사를 붙이더라도 집권이라는 단어 앞에서 결론은 하나였다.

그렇다면 4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을까? 우선 시민세력의 정치화는 과거 어느 때보다 거세고 복잡한 형태를 띠고 있다. 하지만 크게 두 가지 흐림으로 분류할 수 있다. 진보대통합정당과 범개혁단일정당이 그것이다.

전자를 대표하는 것이 ‘진보의 합창’이라면, 후자는 ‘국민의 명령’이다. 하지만 이런 흐름들은 ‘진보적 혹은 개혁적’이라는 수식어 중 어느 것을 사용하든 ‘정권 교체’라는 공통 지향을 가지고 있다. 66편의 성경 내용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 정권 교체를 이미 창세기편으로 규정해놓았으니 말이다.

조금 다르게 접근하고 있는 조직은 ‘희망과 대안’과 ‘내가 꿈꾸는 나라’다. 백승헌 씨가 주도하는 ‘희망과 대안’은 그동안 주요 보궐선거에 개입해왔다. 이 조직은 후보단일화 방식에 영향력을 행사해왔지만 앞으로 그 역할은 극도로 축소될 것이다. 총선과 보궐선거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전국 선거에서 호혜적 방식은 불가능할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10% 정도의 지지율이 가능한 진보정당 후보들이 수혜자가 아니라 오히려 최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가능한 것은 여론조사 방식인데 진보신당이나 민노당이 동의할 리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문제(?)는 김기식 씨가 주도하는 ‘내가 꿈꾸는 나라’다. 한국판 무브온(Move On)을 표방하는 이 단체는 정치 행동의 한 방법으로 (특정 후보에 대한)지지운동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객관적인 근거들을 내세우겠지만, 본질은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억을 되살려보자. 백만민란의 애초 저작권자는 김기식 씨인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빅 텐트론 말이다. 요컨대, 단일정당론에 가장 큰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는 주체가 지지운동을 한다는 것의 결말은 빤한 셈이다.

오늘(18일), 앞에서 언급한 제 세력들이 ‘시민정치운동의 길 찾기’라는 주제로 부산에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올바른 야권 통합, △감동 있는 야권 단일화 방안, △민주시민의 정치운동 형태 등이 주제로 잡혀있다. 이런 주제들이 설정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각 흐름들의 노선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정당정치에 개입하는 시민세력의 상층활동가들은 “진보정당이 폐쇄적이고 국민과 괴리되어 있다”고 자주 언급한다. 하지만 그런 주장을 하는 시민세력의 상층활동가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은 “이제 그만 민주당과 분리된 사고를 하라”는 것이다.


선거연합과 연립정부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

최근 어느 좌담회의 에피소드 한 토막. 좌담회에서 민노당의 주요 정치인인 김창현 울산시당위원장은 “연립정부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덧붙여 “민주당 안의 진보성을 끌어내는 일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니”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에 대해 진보신당 신언직 위원장은 “(연립정부) 문제의 선을 긋는 것은 다양한 논의를 봉쇄하는 것”이라며 적절히 않다고 지적했다. 솔직히 필자는 기사가 오보가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다. 아니면 전자는 진보신당내의 좌파가, 후자는 시민세력의 상층활동가가 한 말이 아닌가하고 다시 읽어봐야 할 정도였다.

김창현 위원장의 본심(?)이 무엇인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연립정부 주장으로 인해) 진보정당의 독자성과 정체성이 공중분해 될 위험”이 있다는 주장 자체는 올바른 방향이다. 그렇다고 김창현 위원장이 좌익화하고, 신언직 위원장이 우경화한다고 비아냥거리는 것은 아니다. 총선에서의 선거연합과 대선에서의 연립정부를 다른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국가가 많은 북유럽 정당들은 다양한 선거연합을 한다. 하지만 이들 국가들은 양당제에 기반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다양한 형태의 정당들이 저마다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난립하는 형태이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제도적으로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각제는 ‘철수’라는 카드가 가능하고 그래서 정책연합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게다가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나라가 대부분이다.

우리의 상황은 정반대다. 선거 이후 정책연합이 파기돼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선거연합이 후보단일화 수준을 넘지 못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서명한 후보 자신이 정책연합 문서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현실적으로 백화점식 정책연합은 무의미하다. 백화점식이므로 어느 것 하나 책임지지 않거나 필요한 것만 책임지면 그만이다. 정책연합은 핵심적인 내용 몇 가지에만 집중해야 한다. 물론 그것은 근본적으로 한국 사회를 바로 잡아야 할 내용이어야 한다. 예컨대, 4대강(녹색), 파견법(노동), 정당명부(정치)와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연립정부는 다른 층위의 문제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후보 완주론’에 대한 일부의 의견들이다. 정당이 후보를 선출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완주를 의미한다. 진보정당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완주가 당론으로 결정된 바 없다”는 주장은 진보정치에 대한 몰이해다. 진보신당이 부자감세에 찬성하지 않는 것처럼, “상식에 속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거꾸로 이것을 변경해야할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민주적인 절차에 따른 당론이 필요한 것이다.

만약에 그런 극단적인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그것을 연립정부와 동일시해서는 곤란하다. 그것은 진보정치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에서 연립정부에 참여하는 것은 보수정당의 2중대가 아니라 본부중대로 전환하는 과정일 뿐이다.

어떤 경우라도 우리는 진보 야당으로 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연합과 연립여당은 정치적 판단과 진보정치의 파산이라는 강이 흐른다. 진보 야당이란 무엇인가라고 되물을 수 있겠다. 그에 대해서는 김현우 동지의 ‘미래 가치’, 김종철 동지의 ‘좌파 가치’, 장석준 동지의 ‘새로운 전망’이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름   비번
이전글 : [특집] ‘새 진보정당’은 <녹색><사회>당 (장석준) [2] 전진
다음글 : [특집] 민주노총을 비판한다 - 진보정당운동과 노동운동의 새로운 관계 정립을 위해 (정광진) [3] 전진

추천하기 목록보기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서울특별시 용산구 동자동 24-22 수정빌딩 4층 | 대표전화 02-3273-1938 | 팩스 02-3273-1938
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연대(준)
Contact goequal@naver.com for more information.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정보공유라이센스 2.0 : 영리금지·개작금지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