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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집] 민주노총을 비판한다 - 진보정당운동과 노동운동의 새로운 관계 정립을 위해 (정광진)
전진  2011-05-20 13:04:16, H : 1,100, V : 156


정광진 (전국노동자회 대표)

민주노총의 최근 행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는 비판의 목소리 자체가 아니라, 그 비판의 내용에 대하여 민주노총이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비판들은 다양한 형태로 제출되고 있으며, 그 접근방식 또한 다양하다. 그러나 문제의식들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되는 듯하다. 하나는 민주노총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 투쟁에 대한 지도력 부재를 지적하며 그 투쟁력과 조직력 미비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진보정치대통합이나 상설연대체 구성 등과 관련한 연대연합 논의에 대한 비판들이 그것이다.

어찌 보면 그렇게 새로울 것도 없다. 민주노총이 출범한 1995년 이후 끊임없이 제기되었고, 다양한 형태의 위기담론들 속에 녹아있는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제기되는 다양한 비판들은 신자유주의 질서를 넘어서는 민주노조운동 혁신과 진보정치 재구성 등 구체적인 대안들을 통해 올바른 흐름과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검토되고 수용되어야 한다.


현장이 무너지는데 민주노총은 어디만 바라보는가

이제부터는 좀 더 구체적으로 비판의 내용들을 살펴보자.

지도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말은 현장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것의 또 다른 표현이다. 민주노조운동은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국면에 직면하면서부터 극단적인 탄압과 정리해고의 광풍, 비정규직 확대정책 등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앞세운 자본과 정권의 노동유연화 및 정리해고 합법화, 파견법 시행 등 법제도의 탈규제 정책 등에 속수무책 밀려왔다.

현장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에 위기의식은 어느 때보다 고조되었고,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들도 제시되었다. 비정규직 문제와 산별노조 건설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노조운동 혁신 방안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비정규직은 여전히 양산되고 있으며, 산별노조는 질적 수준을 담보해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비정규직 철폐를 내걸고 투쟁한 지 십 수 년이 지나고 있지만 우리의 현실은 비참하다. ‘1,000만 불안정 비정규 노동자 시대’가 목전으로 다가왔고, 여전히 비정규직을 확대, 양산하기 위한 개악법안들은 줄줄이 대기 상태에 있으며,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혹사되고 있는 현실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정규직 노동조합 조직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민주노총에서도 3%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수 백일에서 길게는 수 년 동안을 처절하게 싸우더라도 철저하게 정규직의 외면과 무관심속에 비정규직들만의 외로운 투쟁으로 전개되는 양상 역시 동일하다.

산별노조운동은 단순하게 기업별노조활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출된 것이 아니었다. 산별노조의 핵심은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실현하는 것에 있었으며, ‘계급적 산별노조 건설’이 목표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현장을 조직하고 일으켜 세우기 위한 현장투쟁은 뒷전이지 않은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구체적인 사업이나 투쟁으로 반영된 것이 있는가?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계급적 공동전선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 역시도 전혀 없다.

오히려 현장이 무너져 내린 것만을 한탄하는 지도부의 모습과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계급적 단결을 무너뜨리고 훼손하는 정규직 집행부들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있는 지도부의 모습들 - 바로 그런 모습들이 오늘 민주노총을 추락하게 하고 그 지도력을 상실하게 만드는 핵심이자 주범이라 할 것이다.

민주노총의 지도력은 지극히 당연하게도 현장으로부터 조직된다. 또한 그와 같은 현장의 조직력은 견실하고 건강한 계급적 투쟁력을 바탕으로 더욱 강고하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현장의 상황들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며, 계급적 투쟁력을 조직하기 위한 투쟁에 대해서도 눈치 보기에 급급해 있는 민주노총의 오늘이 바로 민주노조운동 위기의 근원이자 지도력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먼저 눈을 돌려야 할 착목점이라 하겠다.


반MB, 반한나라당 전선보다 노동자 민중 독자 정치세력화가 급선무다

‘진보’가 유행어처럼 사용되는 시기는 아마도 지금이 처음이지 않나 싶다. ‘진보’를 빼놓고는 어떤 대화조차도 불가능하게 된 시기가 되어버린 듯하니 말이다. 그동안 ‘진보’를 비켜가기 위해 애써왔던 신자유주의 세력들조차도 스스로를 ‘진보’라 치장하고 있는 지경이다.

진보가 시대의 유행어처럼 통용되는 이면에는 진보가 갖는 가치가 MB정권의 국정운영기조와 정면으로 상충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MB의 집권 초기, 광우병 투쟁을 통해 형성된 반MB 국민정서는 그 이후 4대강 개발이나 학교급식 문제, 교육 및 의료정책 등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영역에서 MB식 (보수)독재에 대응하는 진보(민주)의 구도를 전개시켰다.

특히 지난 해 지방선거에서 MB와 한나라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선거연합 등을 통해 ‘진보민주 단일후보’나 ‘진보교육감후보’ 등의 이름을 내걸고 일정한 성과를 내면서부터는 MB와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들이 진보세력인 것처럼 포장되기 시작했다. 이 세력들이 2012년 총선과 대선 등 권력재편기를 앞두고 연대연합의 흐름을 짜나가고 있는 국면이다.

그런 가운데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진보정당 대통합과 이에 기초한 진보민주진영의 총단결을 이뤄내는 것이 민주노총의 방향”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지금 민주노총은 반MB-반한나라당을 목표로 ‘(가칭)세상을 바꾸는 민중의 힘’이라는 상설연대체 출범을 주도하고 있으며, 또 다른 틀에서는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를 유지하고 있다.

즉 민주노총은 MB정권와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들이 하나로 통합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이며, 이를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분열주의로 매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정치세력의 통합논의에 있어서는 민주당 등과의 통합 논의를 당장의 과제로 고려하지는 않는다.

즉 당장의 통합으로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선통합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통해 2012년 권력재편시기에 민주당 등과의 수위를 조절해 나가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무척이나 그럴듯한 그림이다. 그러나 지난 역사와 오늘의 현실은 이와 같은 민주노총의 구상이 '반MB 신자유주의 세력'에 대한 (비판적) 지지에 다름 아님을 확인해준다. 멀게는 87년이나 92년 대선이 그러했고, 가깝게는 지난해 6․2지방선거와 7․28 재보궐 선거에서도 드러났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기초단체장 몇 군데와 의석 몇 개를 양보 받아 내는 정도였을 뿐이다. 즉 신자유주의 세력들과 논의를 함께 함으로써 노동자 민중세력이 얻을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내주는 떡고물 정도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사활을 걸고 달려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쩌면 너무나도 단순해서 어이가 없을 정도이다. 말 그대로 반MB와 반한나라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들이 결집해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통해 MB정권과 한나라당을 심판하자는 것 - 딱 그 정도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통점을 찾지 못하기 때문에 무조건 한나라당만 아니면 된다는 발상이다.

문제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여기에 있다. 즉 민주당 등을 포함한 ‘민주’나 ‘개혁’ 혹은 ‘진보’로 스스로를 치장하고 있는 세력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그들에 대해 신자유주의 세력으로 명확히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한나라당과 MB를 심판하더라도 그 자리에는 또 다른 이름의 신자유주의 세력들이 들어서리라는 것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며, 오히려 그들을 견인할 수 있다거나 그들이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만 있을 뿐이다.

정리해고를 입법화하고 파견법 및 비정규법안을 제정하고 개악한 세력이 바로 그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민영화라는 이름으로 공기업을 구조조정하고, 그 어느 정권보다도 많은 노동자들이 차디찬 길바닥으로 내몰리고 감옥을 채워야 했던 시절이 바로 민주당 집권 10년 동안 노동자들의 삶이었는데도 말이다.

또 다른 비판의 핵심은 노동자 민중 세력이 정국을 주도하기 위한 현장으로부터의 계획이 전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노총은 투쟁을 통해 건설된 조직이다. 또한 투쟁을 통해 쟁점을 형성하고 기회주의 세력들을 강제해 냄으로써 정국을 주도해 나갔다.

그러나 현재 민주노총의 모습은 어떠한가? 상층 교섭에만 치중하고 있을 뿐 그 어떤 정치력도 확보해 내지 못하고 있다. 무릇 교섭력이나 정치력은 현장의 조직력이나 투쟁력에 바탕을 두고 형성되는 법인데도 현재 상태는 토대 없이 상층 논의가 무성하게 전개되고 있을 뿐이다.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노총’을 주창하기 전에 민주노총 자체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는 정국 주도권은 고사하고 조합원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 받는 민주노총이 될 수밖에 없음을 새겨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외면하고 찬물을 끼얹는 반노동자적 행위조차도 눈감고 모른 체하는 작금의 조직 기풍부터 쇄신해야만 할 것이다


Dayana  (2012-01-06 22: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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