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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판] 최근 당원 여론조사에 대한 몇 가지 비판적 단상 (김준수)
전진  2011-02-17 16:40:26, H : 1,338, V : 216


김준수 (진보신당 성북구당원협의회 공동위원장)

필자는 진보신당 내에서 각종 여론조사에 기반한 선거기획을 전문적으로 해 온 몇 안 되는 활동가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상당수의 진보신당 후보들의 여론조사를 진행했으며, 정치 컨설턴트로서 교육감 선거의 여론조사 및 선거기획을 담당해 온 사람이다. 또한 이번 당원 여론조사에서 당역량강화 부분의 설문지 초안을 설계했던 사람이다.

최근 진보신당 당대회 준비위원회에서 진행한 당원 여론조사를 놓고 당원들 간에 그 결과와 의미에 대해 상당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실상 당원 여론조사를 처음 제안했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당혹스럽다. 여론조사를 진행하자고 제안했을 때는 몇몇 활동가들의 논쟁으로 진행되는 당역량강화 방안, 새진보정당 건설 방안에 대해 당원들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결과가 오히려 많은 의혹과 왜곡, 당원들간의 대립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 그 이유를 떠나 마음이 아프고, 무겁다.


여론조사 결과, 주의해서 봐야 한다

짧은 지면을 통해 이번 당원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상세히 기술하기는 힘들지만, 핵심적인 몇 가지에 대해 짧은 소견을 밝히고자 한다.

우선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여론조사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여론조사는 ‘점쟁이’가 아니다. 뭔가를 정확히 맞추는 그 무엇이 아니다. 여론조사의 목적인 기본적인 정보를 획득하기 위함이다. 정보는 정보로서 그쳐야지 그것이 대단한 결론인양 곡해되어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여론조사 결과는 일종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다. 한 번의 여론조사가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필자가 작년 선거에서 진행한 교육감 선거에서 마지막에는 결과를 1% 안쪽에서 정확히 맞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다. 당시 매주 1회씩 총 10회에 걸쳐 조사를 진행했고, 그 흐름에서 판세를 예측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동일한 이슈에 대해 지속적으로 조사를 진행해야 각종 판별분석 등을 통해 최종 결과에 근접하게 다다를 수 있는 것이다. 한 번의 조사 결과는 그야말로 ‘정보’일 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여론조사가 항상 ‘정확성’을 담지하는 것은 아니다.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표본오차(예 : 최종 응답이 500명일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허용 표본오차는 ±4.4%P" 등) 외에 여러 가지 비표본오차(즉, 표본추출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오차)가 있다. 질문에 사용된 말과 용어에 따라 조사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는 문제(question wording problem)도 비표본오차의 한 종류이다.

예를 들면 다음의 두 질문은 내용상 동일하다. “정부는 가난한 사람을 돕는 데 더 많은 예상을 써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정부는 사회복지에 더 많은 예상을 써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내용상 같은 질문이지만 질문에 동의하는 응답자의 수는 상당히 다르게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여론조사의 일차적 관심사는 왜곡(bias)을 최소화하여 정확한 결과에 근접할 수 있도록 질문하는 것이다.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질문이 왜곡된 결과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론조사에서 왜곡(bias)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이는 우선, 여론조사 목적의 명확성이다. 다음은 이슈를 단순화하고, 분리하여 대상자의 생각을 정확히 반영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유의미하고 정확한 보기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들이 충실히 반영되어야 여론조사에서의 왜곡(bias)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당대회 준비위원회 여론조사의 구체적인 문제점들

이런 점에서 이번 당원 여론조사는 여론조사를 진행함에 있어 몇 가지 핵심적인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우선, 이 여론조사를 왜 하는지, 당내 주요한 논쟁구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답변자들에게 정확한 사전 정보를 미리 주지 않았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새 진보정당 건설> 부분의 질문은 지난 임시당대회의 결정을 전제로 새 진보정당 건설의 가치기준, 참여범위, 건설시기 등을 물었다. 그러나, 대다수 당원들은 지난 임시당대회의 결정 자체를 모르거나, 아니면 그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다면 당연히 설문 과정에서 그 지점에 대한 충실한 설명이 전제되어야 했다.

또한 여전히 당 홈페이지 게시판이나, 각종 언론 등에서 주요 쟁점으로 <독자 VS 통합>의 구도가 치열하게 논쟁되고 있었고, 민주노동당과의 통합 문제에 대해서도 과거 분당의 원인에 대한 서로 다른 판단과 평가가 존재했으며, 새 진보정당 건설 범위의 경우에도 과거 신자유주의 세력(특히 국민참여당)에 대해 어떻게 볼 것인가 등의 쟁점이 있었다. 이러한 쟁점을 설문지 작성 과정에서 반영하지 못한 것은 이번 여론조사가 ‘앙꼬 없는 찐빵’이 되어버린 결정적인 문제라고 판단된다.

게다가 설문 문항과 응답 보기 등 기본적인 설계에서 여론조사의 왜곡(bias)이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당원 여론조사 10번 항목을 보자. 

10.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의 참여 대상 범위] 당원님께서는 진보신당과 함께,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함께 해야할 정치세력을 어디까지로 보나요?

① 사회당까지
② 사회당과 민주노동당까지
③ 사회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까지
④ 사회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민주당까지
⑤ 함께해야할 정당이 없다.
⑥ 무응답
 

이 질문의 경우, 결정적인 문제는 당내 다양한 논쟁 구도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독자 VS 통합>의 기본적인 구도뿐만 아니라, 독자발전을 기본으로 하되 통합을 추진하자는 의견, 통합보다는 선거연대를 기본으로 하자는 의견 등이 반영되지 못했다. 통합을 기본 전제로 하고 그 범위를 바로 물을 경우 응답자의 경우 상당한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 지점에 대해 이번 조사가 ARS 방식의 조사가 아니라 전화면접 방식의 조사이기에 <당의 발전 경로>에 대해 독자, 통합, 독자/통합 병행, 선거연대 집중 등에 대해 우선 묻고, 큰 범위에서 통합에 동의하는 응답자에게 통합의 대상을 다시 묻는 방식으로 설계되었어야 했다.

아래는 필자가 2010년 8월 성북당협 당원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의 설문지이다. ARS 방식이었기에 설문을 나누어 구체적으로 물을 수는 없어 한계는 존재했으나, 아래의 조사결과와 이번에 진행한 당원여론조사와의 결과는 상이하게 나타났다. (이것 역시 참고자료일 뿐이다.) 

9.

당원님께서 현재 진보신당의 발전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의 정치활동에 기반한 독자적 강화발전이면, 1번,
민노당, 국민참여당, 사회당 등과 함께하는 진보통합이면, 2번,
민주당까지 포함한 반MB 연합이면, 3번,
당의 독자발전과 진보통합의 병행이면, 4번,
잘 모르겠으면 5번을 눌러 주세요.

결과는 ‘당의 정치활동에 기반한 독자적 발전 강화발전’이 31.5%, ‘당의 독자발전과 진보통합의 병행’이 30.4%로 비슷하게 높게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민노당, 국참당, 사회당 등과 함께하는 진보통합’ 26.1%, ‘민주당까지 포함한 반MB연합’ 6.7% 순으로 나타났다.(성북당협 당원 355명 중 165명 응답. 응답률 46.5%)

또한, 응답 보기에 있어서도 여론조사 왜곡(bias)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게 작성되었다. 예를 들면 통합 시기와 관련해서도 그렇다. 당원 여론조사 11번 항목을 보자.

11.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목표 시기] 당원님께서는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의 원칙과 내용 합의를 전제로,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할 목표 시기로 언제가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① 2012년 총선 전 건설을 목표로 해야 한다.
② 2012년 총선과 대선 사이를 건설 목표로 해야 한다.
③ 2012년 대선 이후를 건설 목표로 해야한다.
④ 건설 시기 목표를 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⑤ 무응답

위 질문으로 보면 이미 통합은 전제이고, 질문을 받은 응답자의 경우 어떤 것이 우리 당에 가장 유리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어차피 통합을 한다면, 당연히 총선 전에 해서 총선에서의 유리한 결과를 가져와야 하지 않은까 하는 ‘당연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고, 1번 항목을 선택하게 된다. 결과 역시 57%가 1번을 선택했다. 어쩌면 1번 항목을 선택한 57%보다, 4번 항목인 ‘건설 시기 목표를 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가 23%로 두 번째로 많은 선택을 받은 것이 더 ‘대단한’ 일이다.

‘결과’만큼이나 위험한 ‘오독’

그뿐만이 아니다. 12번 질문 <총선 대선 선거연대 방침>에서도 1번 항목 ‘비정규직 등 가치를 기준으로 총선과 대선 모두 상호 호혜방식의 야권 선거연대는 할 수 있다.’에서 ‘상호 호혜방식’이라는 문구를 통해 다수의 응답자들이 자연스럽게 좋은 것으로 인식되게 함으로서 선택의 가능성을 높이는 항목이다. 4번 항목과 비교해보라. ‘타 세력과의 선거연대는 불필요하며, 총선과 대선 모두 당 독자적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응답 보기가 상당히 폐쇄적이고 부정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결국 응답 보기에서 형평성의 원칙이 무너진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13번 질문 <합당 등 당내 결정 절차와 방식>에서도 당원 대상의 설문에서 ‘당원총투표’로 할 것인가, 아니면 ‘대의원대회’에서 할 것인가의 왜곡된 대립구도를 설정한다. 1번 항목은 ‘당헌에 따라 당대회 대의원 대회를 열어 결정해야 한다.’, 2번 항목은 ‘당의 중요한 조직진로인 만큼 당원들의 총투표로 결정해야 한다.’로 쓰여 있다. 그 외 3,4,5번 항목이 있지만, 주요한 대립은 이 두 가지 항목이다. 어느 당원이 자신의 권리를 누군가에게 위임하고 싶겠는가. 결국 당대회를 통한 결정은 자신의 권리를 간부당원들이 빼앗는 것으로 인식될 뿐이다. 이 질문은 결국 <당원총투표=선(善), 당대회 결정=악(惡)>의 결론을 도출하게 만드는 잘못된 질문과 응답 보기의 대표적인 예이다.

문제는 여기에만 있지 않다. 더 위험한 것은 이번 당원 여론조사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오독하고, 왜곡하는 행위다. 조승수 대표가 ‘당원의 60%가 총선 전에 통합을 원한다.’고 했던 인터뷰는 그 한 사례다.

하지만, 조 대표의 사례는 박용진 부대표의 경우에 비하면 경범죄 정도에 불과하다. 박 부대표는 <오마이뉴스> 기고문은 그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그는 기고문에서 “진보신당 당원의 대다수는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과정에서 보다 광범위한 정치세력을 포괄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자 노선을 걸어야 한다는 입장은 10명 중 1명 정도에 그쳤다.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였다.”고 했다.



이미 당원 여론조사 10번 질문의 문제점은 위에서 기술했기에 다시 언급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여론조사의 결론을 대단한 마치 ‘진리’인양 왜곡하고, 그 결론으로 당원들의 명령은 ‘통 크게 합하라.’는 것이라고 치장한다. 이 정도면 왜곡도 이만 저만한 왜곡이 아니고, 아전인수(我田引水)도 대단한 경지에 다다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론조사는 ‘과학적’이어야 하고, 또한 ‘과학적’이라고 말한다. 또한 여론조사는 정치캠페인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활용하고, 실질적 운동으로 만들어 가는 사람이다. ‘참주 선동’을 위한 여론조사 설계와 활용은 우리에게는 절대로 마실 수 없는 ‘독배’이다.


Chandan  (2012-10-04 09: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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